고려아연 공개매수 공방, MBK(영풍) 킹 받는 대응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때문에 화젯거리입니다. 제가 이전에 적은 글을 먼저 보고 오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2024.10.09 - [분류 전체보기] - 고려아연 "야 영풍! 나도 공개매수다" 맞불작전
고려아연 "야 영풍! 나도 공개매수다" 맞불작전
글을 읽으시기 전에 고려아연과 영풍그룹의 관계를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49년 장병희, 최기호 부부가 영풍을 공동 설립했습니다. 이후 1974년에 고려아연을 설립하면서 영풍그룹은 장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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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MBK 공개매수가와 매수종료일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래 회사별 공개매수가와 종료일을 참고 해주세요. 서로 간의 공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회사 | 공개매수가 | 종료일 |
MBK 영풍 연합 | 830,000원 | 10월14일 |
고려아연 | 830,000원 | 10월23일 |
MBK 입장문은 노림수 그잡채
MBK 가 10월9일 입장문을 냅니다.
"고려아연 측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나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에 상관없이 고려아연·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
공개매수 가격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MBK는 갑자기 가격을 추가로 변동하지 않겠다고 했을까요? 공개매수 종료일이 14일로 먼저 종료되기 때문이라 추측해 봅니다. 주주들은 어디로 주식을 팔아야 하나 고민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가격을 올리는 쪽에 팔고 싶겠죠? 저라면 14일까지 오전까지 가지고 있어 보다가,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부르는 곳에 팔고 싶습니다. 그렇죠, 만약 고려아연이 이 심리를 이용한다면 14일 오전에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인상하여 주주들이 반대편에 매도하지 않도록 할 수 도 있다고 예상해봅니다
승자의 저주
"아니 MBK에서 가격 안 올리겠다고 했으니, 내일이라도 가격 올리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으실 겁니다.
네. 저도 동의합니다. 아마 고려아연도 깊이 고민에 빠져 있겠죠. 주식의 적정가격은 거래량이 적던 시절 450,000원 선인데, 현재 공개매수가 830,000원에서 더 올리면 아마, 주식을 이전의 2배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입니다. 최대 18% 지분이나 추가 확보하는 것이니 자본금 출혈이 어마어마합니다. 우린 이걸 '승자의 저주'라 부릅니다. 앞뒤 안 가리고 이기려고 노력했지만, 자본유출이 기업 운영에 타격을 줄 정도로 라면 상처뿐인 승리, 저주에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머리 좋은 놈이 말도 잘한다.
MBK의 입장문은 정말 머리를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주주들에게 공개매수 경쟁을 안 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합리적임을 내세워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하여 면책 받으려는 것과 동시에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을 못 하게 하며 추가로 가격을 높였을 때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고려아연이 어떤 선택을 하던 비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둔 최적의 한수라 생각이 듭니다. 정말 머리들 좋은 것 같습니다. 대단합니다.
여담 : 그들만의 소송
여담으로 공개매수 맞불 작전애 가려진 영풍은 고려아연에 2개의 소송을 말해보려합니다.
1)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
회계장부 열람 및 복사 요청하는 소송입니다. 회계장부를 가져가서 본다는 것은 그냥 회사 오픈북 시험과 같습니다. 장부 속에 숨겨진 약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테니까요. 비리를 꼬투리를 잡을 수 도 있고, 숨겨둔 알짜 우호 주주들이 있다면 그들을 찾아내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용도는 더 많기 때문에 소장을 넣었을 거라 추측합니다. 공시에는 청구 내용만 확인할 수 있고 소송의 이유는 확인할 수 없어서, 어떤 사유일지 가늠이 안됩니다. 해당 소는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2)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영풍 MBK 연합에서 주식을 끌어모으는 동안 고려아연에서 추가 주식을 살 수 없도록 취득금지 소장을 넣었습니다. 만약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그냥 누워서 입만 벌리면 되는 상황이 될 거니까요. 하지만 법원에서는 자기 회사를 지키기 위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다 기각했습니다.
고려아연의 주식 소각
공개매수 기간에 모은 최대 지분 18%에 대한 주식을 모두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10월2일 공시)
큰돈 들여 산 주식을 소각하는 이유가 뭘까요? 주식 소각은 너무 생소해서 저도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소각은 주식을 영구적으로 없애버린다는 것으로 주식의 희소성을 높여 주가를 올리거나, 소각한 주식 매매금으로 주주환원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개매수를 위해 사용한 차입금을 갚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도움을 준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식조각을 태우면 총주식 수가 줄어드니까 가지고 있는 주식은 그대로지만 지분율 자체는 올라갑니다. 하지만,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분율이 같이 상승하는 효과라 이런 지분율 싸움에서 주식 소각이 고려아연에 어떤식으로 유리할지 궁금합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다면 댓글로 의견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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